"인간에 대한 예의가…" 김무성 '노룩패스' 떠오른 국회 [이슈+]

입력 2023-11-04 13:02   수정 2023-11-04 13:03



"막무가내,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없다."

2017년 5월 당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의 '캐리어 노룩 패스' 논란 당시 쏟아졌던 비판 중 일부다. 그는 공항으로 마중 나온 보좌진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바퀴 달린 캐리어를 밀어 보내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당시 네티즌들은 이러한 '노룩'(No look)을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은 행위'로 규정했다.

홍역을 톡톡히 치른 김무성 전 의원. 김 전 의원을 향했던 비판은 이제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국회 시정연설 때 '노룩 악수'를 시전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31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윤 대통령은 자세를 낮추고 야당 의원석을 찾아 일일이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협치와 소통에 대한 의지가 잘 드러났다는 호평이 나온 대목이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후 퇴장하면서 여당은 물론, 민주당 이재명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과도 일일이 악수했다. 본회의장 출입구 쪽 자리에 앉아 있던 이 대표도 윤 대통령의 입 퇴장 때 모두 일어서서 악수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의 악수 제안에 눈을 마주치지 않고 앉아서 손만 내미는 민주당 의원들의 '노룩 악수'가 눈총을 샀다. "왜 또 이쪽으로 오셔?" 윤 대통령이 다가오자 난감했던 야당 의원석에선 이런 불만도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민주당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의 김용민 의원은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말했다고 스스로 페이스북을 통해 알리고 나섰다. 번번이 윤 대통령 '탄핵론', '자진 사퇴론'을 언급했던 김 의원인 만큼, 이날 발언은 사실상 대통령 면전에서 하야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라디오에 나와 "윤 대통령이 약간 못마땅한 웃음을 지었다"고 알리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노룩 악수부터 김 의원의 윤 대통령 면전 발언까지 알려지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나왔다. 먼저 국민의힘에서는 이용 의원이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 보지도 않고 악수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 전 의원의 노룩 패스 논란 때 나오던 비판과 결이 같다. "대통령은 헌법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분인데, 정말 헌법을 잘 모르고, 무식하고 무례한 것"(이용호 의원), "정치적 극단주의에 편승해 개딸용 환심을 사기 위한 얄팍한 계산"(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 등의 지적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도 김 의원을 향해 "매우 저열하고 안 좋은 모습"이라고 쏘아붙였다.

'개딸'로 불리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에게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 낙인이 찍히면 문자 폭탄 등 비난 세례를 받는 정치 현실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노룩 악수 등은 '어쩔 수 없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본회의장이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여기서 일어나 악수하면 개딸들한테 찍힌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강성 지지층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에서는 윤 대통령과 악수한 민주당 의원들의 실명을 적으며 "이쁨받으려고 혼신"이라는 둥 신랄한 저격 글이 올라왔다.


여권 관계자는 "정치인들의 행동은 하나하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결국 노룩 악수나 이런 것들 역시 강성 지지층들을 위한, '나는 절대 굽히지 않는다'는 취지의 메시지였다고 본다"며 "정치인은 국민을 대변하는 건데,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같이 행동한 건 인성이 딱 거기까지라는 수준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시정연설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대통령과 악수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극단적 팬덤에 의해 정치가 분열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한국의 정치 양극화' 보고서에서 "한국의 정치 양극화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선호 강도나 적대 강도가 높은 여야의 열정적 소수에 의해 주도된다"며 "이들은 당 안팎에서 온라인 당원이나 강성 지지자로 역할을 하면서 다른 의원들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기능을 한다"고 지적했다. 특정 입장을 가진 강성 지지층이 정당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해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정치 양극화와 팬덤 정치에 대한 진지한 개선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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